잠수함을 파는 회사도 인스타그램을 한다 — B2B 기업이 SNS에 진심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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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함을 파는 회사도 인스타그램을 한다 — B2B 기업이 SNS에 진심인 이유

by YJ 트렌드 노트 2026. 3. 28.
고양이 밈과 개발자 유머 사이에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프로바이더'라는 회사 소개가 붙어 있는 계정, 잠수함 진수식 영상을 릴스로 올리는 계정, 방산 박람회 현장을 스토리로 업데이트하는 계정. 고객은 기업이고 계약 단위는 수백억에서 수조 원인 B2B 회사들이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 진심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팔로워 수를 신경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업 인스타그램 운영 관련 이미지

B2B 기업이 SNS를 해야 하는 이유

B2B 마케팅에서 구매 의사결정자는 일반 소비자가 아닙니다. 거래처의 담당 임원, 계약을 검토하는 파트너사, 기술을 평가하는 전문가들입니다. 그런데 왜 인스타그램일까요.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의사결정자도 인스타그램을 씁니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사람도 퇴근길에 릴스를 보고, 주말에 피드를 내립니다. SNS는 더 이상 소비재 브랜드만의 공간이 아닙니다.

B2B 기업이 SNS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인재 채용

잠재 인재들이 기업 정보를 SNS에서 먼저 검색합니다. 공식 홈페이지보다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회사 분위기를 더 직관적으로 파악합니다. IT서비스 업계가 SNS 마케팅에 특히 적극적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둘째, 기업 이미지 전환

방산·조선·IT서비스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딱딱하고 보수적인 조직'이라는 이미지를 안고 있었습니다. SNS 콘텐츠는 이 이미지를 바꾸는 가장 빠른 수단입니다. '사람 사는 회사'의 면모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셋째, 브랜드 인지도 확보

계약이 성사되기 전, 잠재 고객은 이미 여러 경로로 브랜드를 접합니다. 글로벌 방산 전시회에서 만나기 전에, 인스타그램에서 먼저 본 적 있는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는 다른 맥락을 갖습니다.

사례 1. 현대오토에버 — '사칭 계정인 줄 알았다'는 반응이 성공의 증거

현대자동차그룹의 소프트웨어 기업 현대오토에버의 공식 인스타그램은 국내 B2B 기업 SNS 마케팅의 교과서로 꼽힙니다. 계정 소개란 첫 문장이 "오토바이 안 팝니다!!"인 것부터가 이 채널의 문법을 말해줍니다.

회사명만 보고 오토바이 회사로 오해하는 댓글이 쏟아지자, 이를 소재로 릴스를 만들어 회사 사업 영역을 소개한 것이 무려 63만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현대오토에버 공식 인스타그램 사진
현대오토에버 공식 인스타그램

'토킹 캣 밈'을 활용해 개발자와 기획팀 직원이 코딩 언어 이야기를 나누다 싸우는 상황을 연출한 릴스가 눈에 띄었습니다. 인문계 직원이 "ChatGPT"라고 답하는 장면은 개발자들의 공감을 폭발시켰고, 단 1주일 만에 누적 조회수 450만 건을 돌파했습니다. 계정 팔로워는 50배 이상 급증했고, 댓글에는 "운영자 보너스 주세요", "공식 계정 팔로우하기는 살다 살다 처음"이라는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현대오토에버 릴스 캡처 장면 사진
현대오토에버 릴스 캡처 장면

21개 릴스 영상의 누적 조회수가 1,030만 회를 넘어섰고, 콘텐츠가 너무 밈스러워서 인스타그램으로부터 사칭 계정으로 오해받아 계정이 정지당하는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현대오토에버는 이 사건조차 릴스 소재로 활용해 또 한 번 화제를 모았습니다.

현대오토에버 릴스 캡처 장면 사진
현대오토에버 릴스 캡처 장면

💡 현대오토에버의 전략
회사 홍보가 아니라 '개발자가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 허먼밀러 의자 도입 정책을 개그 영상으로 만들거나, 광복절 연휴에 '다들 비켜주세요 저 퇴근합니다'라는 릴스를 올리는 방식으로 복지와 기업문화를 자연스럽게 녹여냅니다. 현재 팔로워 2만 4천 명, 유튜브 숏츠 누적 1,200만 조회수 이상입니다.

사례 2. 삼성SDS — 'IT용어사전'으로 팔로워와 친해지는 법

현대오토에버와 함께 IT서비스 업계 SNS의 양대 사례로 꼽히는 것이 삼성SDS입니다. 팔로워들을 '스둥이'라는 애칭으로 부르며 친근감을 형성하고, '슫스러운 IT지식', '슫스러운 개발코딩지식' 시리즈처럼 유용한 정보성 콘텐츠를 꾸준히 발행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팔로워는 2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삼성SDS 인스타그램 캡처 사진삼성SDS 인스타그램 캡처 사진
삼성SDS 인스타그램 캡처

삼성SDS의 콘텐츠 전략은 자사 뉴스레터 '슫스레터(SDS+뉴스레터)'와 맞닿아 있습니다. 슫스레터에는 서두석, 신다솜, 성동수라는 세 명의 가상 직원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각자 개성이 뚜렷합니다. 34세 ENFP 서두석 프로는 슫스레터의 중추, 27세 INTJ 신다솜 프로는 핵심 내용을 요약하는 막내, 42세 성동수 프로는 아재개그를 즐기는 팀 리더입니다. 이름도 회사명 'SDS'의 한글 자음 'ㅅㄷㅅ'에서 따왔습니다. 캐릭터를 구축하여 회사의 친근한 브랜드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한 것입니다.

삼성SDS 인스타그램 캡처 사진
삼성SDS 인스타그램 캡처

현대오토에버가 밈으로 개발자를 낚아채는 전략이라면, 삼성SDS는 친근한 캐릭터를 내세워 어려운 IT 지식을 쉽게 풀어주는 방식입니다. 그 정보를 딱딱한 카드뉴스가 아니라 개성 있는 사람의 입을 통해 전달하면서 훨씬 가깝게 느껴지도록 설계한 것입니다.

삼성SDS 인스타그램 피트 캡처 사진
삼성SDS 인스타그램 피드 캡처

사례 3. 한화오션 — 잠수함도 인스타그램으로 알린다

한화오션의 공식 인스타그램은 조선·방산이라는 무거운 산업군에서 시각적 스토리텔링이 얼마나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수백 미터 길이의 LNG 운반선이 바다에 뜨는 장면, 잠수함 진수식 영상, 해외 방산 박람회 현장 스케치가 릴스와 피드로 업데이트됩니다.

한화오션 인스타그램 캡처 사진한화오션 인스타그램 캡처 사진
한화오션 인스타그램 캡처

일반인이 평생 한 번 볼까 말까 한 장면들이 인스타그램에서 일상적으로 흘러나옵니다. '이런 걸 만드는 회사가 있구나', '이 정도 스케일의 일을 하는 곳이 있구나'라는 인식은 기업 이미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K-방산·K-조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는 흐름과 맞물려, 한화오션의 SNS는 글로벌 사업 성과와 기술력을 일반 대중에게 알리는 창구가 됩니다.

특히 캐나다 조선 협력 구축, LNG 전시 참가 등 주요 비즈니스 성과를 SNS에서 신속하게 알리는 방식은 전통적인 보도자료 배포와는 다른 속도와 온도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계약 상대는 기업이지만, 그 기업의 의사결정자와 미래의 채용 후보자, 그리고 대한민국 방산 산업의 팬덤을 동시에 만들어가는 셈입니다.

한화오션 인스타그램 캡처 사진한화오션 인스타그램 캡처 사진
한화오션 인스타그램 캡처

사례 4. LIG넥스원 — 뉴스룸부터 캠페인까지, SNS를 다층적으로 쓰는 법

천궁-II, 현궁, 신궁. LIG넥스원이 개발·생산하는 유도무기 이름이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는 시대가 됐습니다. K-방산 수출 붐이 이어지면서 LIG넥스원이라는 이름에 대한 대중적 인지도도 높아졌습니다.

공식 인스타그램에서는 방산 전시회 참가 현장, 사내 복지·문화 콘텐츠, 채용 관련 정보 등 다양하게 다룹니다. MOU 체결, 방산 박람회 참가, 함대공유도탄 조립·점검장 준공식 등 기업 뉴스를 깔끔한 카드뉴스 형태로 정리해 올리기도 하고, 주요 기념일에는 방위산업 기업으로서 지니는 가치와 사명감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LIG넥스원 인스타그램 캡처 사진LIG넥스원 인스타그램 캡처 사진
LIG넥스원 인스타그램 캡처

무엇보다 눈에 띄는 지점은 친환경 캠페인 관련 콘텐츠입니다. 무기를 만드는 방산기업이라는 이미지는 '환경'과 가장 멀어 보이는 조합입니다. LIG넥스원은 이 간극을 오히려 적극적으로 좁히려 합니다. '탄소중립을 위한 첫 번째 실천 방안', '함께해요! 친환경 활동 — 에너지 절약편'처럼 사내 친환경 캠페인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하고, 임직원 참여를 독려합니다.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 회사가 환경도 생각하는구나'라는 인식을 자연스럽게 심어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LIG넥스원 인스타그램 캡처 사진
LIG 넥스원 인스타그램 캡처

유튜브에서는 배우 이이경이 입사지원자로 등장해 면접 과정을 직접 경험하는 'LIG GPT(Global, People, Tech)' 채용 홍보 영상을 공개해 큰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판교에 있는 방산기업'이라는 이질적인 포지셔닝을 오히려 강점으로 활용하는 전략입니다.

네 가지 사례에서 발견한 공통점과 차별점

공통점: B2B 기업의 SNS는 단일 목적이 아니라 복수의 청중을 향한다

네 회사 모두 SNS 콘텐츠를 통해 동시에 여러 청중을 겨냥합니다. 보도자료로 닿기 어려운 일반 대중에게 인지도를 쌓고, 계약 전 기업을 검색하는 협력사·파트너에게 신뢰를 심고, 취업을 고려하는 잠재 인재에게 기업문화를 보여주고, 내부 임직원에게는 회사의 가치와 방향을 공유합니다. 하나의 채널이 동시에 네 가지 일을 하는 셈입니다.

차이점: 같은 목적, 다른 언어

기업 전략 타겟
현대오토에버 공감·유머 MZ 개발자
삼성SDS 정보·지식 IT 업계 종사자
한화오션 스케일·비주얼 일반 대중 + K-방산 팬덤
LIG넥스원 뉴스룸 + 캠페인 채용 후보자 + 협력사

타겟이 누구인지, 무엇에 반응하는지에 따라 콘텐츠의 언어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B2B 기업 SNS, 이렇게 접근해야 한다

이 사례들이 B2B 마케터에게 주는 실질적인 힌트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타겟을 구매 담당자로만 보지 마세요.

SNS에서 말을 걸 대상은 잠재 고객이기도 하지만, 채용 후보자이기도 하고, 기업 이미지를 형성하는 일반 대중이기도 합니다. B2B도 결국 사람이 결정합니다.

업종이 무거울수록 콘텐츠는 가볍게.

"기존에 보수적인 회사일수록, 젊은층을 겨냥한 마케팅을 했을 때 성공하는 경향이 크다"고 합니다. 업종의 무게와 콘텐츠의 온도는 반비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플랫폼마다 언어가 다릅니다.

현대오토에버가 인스타그램에서 밈을 활용한다면, 링크드인에서는 같은 사례라도 전혀 다른 프레임으로 전달해야 합니다. 채널별로 유저가 기대하는 콘텐츠 문법이 다릅니다.

1회성 바이럴보다 일관성이 중요합니다.

현대오토에버가 밈스러운 콘텐츠를 꾸준히 낼 수 있었던 것은 운이 아니라 전략적 일관성 덕분입니다. 한 번 터진 조회수가 아니라, '이 계정은 항상 재미있다'는 인식이 쌓여야 팔로워가 머뭅니다.

B2B 기업이 SNS를 하는 이유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계약은 회사가 하지만, 그 계약을 만드는 것은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오늘도 퇴근길 지하철에서 인스타그램을 보고 있습니다.
참고 자료
· 현대오토에버 공식 인스타그램 (@hyundai_autoever_official)
· 한화오션 공식 인스타그램 (@hanwhaoceanofficial)
· 삼성SDS 공식 인스타그램 (@samsung.sds)
· LIG넥스원 공식 인스타그램 (@lignex1)
· ZDnet Korea — IT서비스 기업 SNS 홍보 분석 (2024)
· 헤럴드경제 — 현대오토에버 릴스 성과 (2024)
· 고구마팜 — B2B 기업 인스타그램 사례 분석 (2024)
· LIG넥스원 공식 채널·보도자료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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